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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부
    모퉁이다방 2018. 4. 25. 21:32



       월요일 저녁에는 소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했다. 집까지 30분 정도 걸린다며,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다고 했다. 서로 별일이 없는지 안부를 물었고, 최근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셔틀을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까 어둠이 가볍게 깔린 그 시간의 시내 버스 풍경을 근래에 떠올려 본 적이 없는데, 소윤이 덕분에 그려 봤다. 소도시의 한적한 저녁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느긋한 풍경.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버스 좌석. 운동을 끝내고 봄바람에 가만히 내 생각이 났을 아이. 그렇게 조곤조곤 마음으로 이어진 서울과 전주. 소윤이는 버스를 잘못 탔다고, 내려서 다시 잘 탔다고 했다. 서로 월요일 하루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마음이 고요하고 따스해졌다. 정말로 월요일 하루를 아주 잘 보낸 것 같았다.


       화요일 아침, 아니 화요일 새벽에는 은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는 두달 동안 포르투갈어를 함께 배웠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그때 내 이름은 루시였다. 언니 이름을 잊어버렸네. 너무 오래된 일이다. 결국 인사말 정도만 외운 채 우리의 수업은 끝났다. 학원에서 첫 인사를 하다보니 우리 둘다 포르투갈어에 뜻이 있다기 보다는 새해라서 뭐라도 하고 싶어서 학원을 찾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나는 포르투갈에, 언니는 브라질에 다녀왔다. 간간이 소식을 전하다 어느 순간 꽤 길게 연락이 되질 않았는데, 언니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지금 다시 브라질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언니는 브라질의 쨍한 하늘을 보내줬다. 여기 하늘만 가지고 한국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좋은 하늘이라고. 나는 언니에게 우리 이제 연락 끊기지 말자고, 그곳의 좋은 기운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언니는 내가 한참동안 까먹고 있던 포르투갈어 인사를 건넸다. 봉지아. 


       시간이 자꾸자꾸 간다. 뒤돌아 보면 좋은 추억들 투성이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고, 바보 같은 순간들도 무척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도 모르게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쓸 때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에서는 또 화를 내고 말았지만. 그래서 자주 글을 써야 하는데. 말을 멈추고, 나쁜 생각도 멈추고,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사월이 가고 있다, 는 말 대신 오월이 오고 있다, 라고 써본다. 오월에는 좋아하는 날들이 있다. 오월이 가진 계절의 온도도 좋고, 그 끝의 바람도 좋고. 오월이 오기 전에 저 멀리 있지만 왠지 무척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조림이에게 엽서를 써야지. 저번처럼 벌써 썼는데, 중간에서 분실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다려라, 장조림. 사월의 기운 듬뿍 담아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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