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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모퉁이다방 2017. 7. 9. 19:55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어봤는데, 줄지 않았더라. 젠장. 매일매일 세끼 이상을 먹고 맥주를 챙겨 마셨지만, 쉴새 없이 걸어다닌 탓에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느껴졌는데. 찌지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한 수요일부터 계속 기름진 음식들을 줄줄이 먹었던 탓에 하루가 다르게 찌고 있다. 읔- 다음주부터는 진짜 저녁을 조절해야겠다.

       여행기를 매일매일 꾸준하게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솔직한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더할 나위없이 즐거웠다는 그런 여행기 말고, 외롭고 힘들고 슬프기까지 한 그 감정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물론 행복하고 즐겁고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던 충만했던 순간들도 고스란히 기록하고 싶었다. 하루하루의 일상도 그렇지만, 여행도 마냥 좋은 순간들만 연속될 리가 없는데, 그렇게만 기록하는 것이 거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해서 사진만 올린 날들이 많아서 좀 안타깝다. 늦은 기록을 하겠지만, 그곳에서처럼 생생하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최대한 생생하게 기억을 떠올려 볼 것이다. 누구보다 나를 위해서.

       여행의 끝에 생각했다. 지루해졌던 일상들을 잘 추스려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잘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고. 출근을 하고, 음악을 듣고, 익숙한 길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저녁과 밤을 맞이하는 일상. 수요일부터 시작해 목요일과 금요일까지 열심히 출퇴근을 했다. 다행이 야근은 하지 않았다. 퇴근을 하면 곧장 집으로 왔는데, 무언가 먹고 씻고나면 잠이 쏟아졌다. 그러다 일어나면 새벽 한 두시였다. 자야해, 자야해를 반복하다 두 세시 즈음, 어떤 날은 네시에 잠들었다. 점심을 먹고나면 잠이 미친듯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예전의 지겨웠던 일상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잘 지내고 싶은 의욕이 충만한 날이었다. 읽고 싶은 책을 주문했다. 영어공부는 이번에는 결코 결심으로만 끝내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이동진 라디오 여행코너가 있는 날 방송을 들었는데, 특별 게스트로 손미나가 나왔고 바르셀로나를 소개해줬다. 이런 우연이! 바로셀로나로 된 제목의 노래도 두 곡이나 틀어줬다. 동생이 내가 여행 가 있는 동안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아 준 <사랑한다면 스페인>은 내가 원하던 부류의 책이었다. 역사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제일 처음이 바르셀로나 이야기여서 후딱 읽었다. 

       금요일부터는 보고 싶었던 예능을 몰아봤고, 토요일에는 동네에 있는 엄청나게 맛난 고깃집을 발견했다. 책을 하나도 읽지 못해 미안했지만 시옷의 모임에도 나갔고, 병규가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무척 기뻤다. 12시 즈음에 헤어졌는데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고생없이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소윤이를 만나 땀을 흘리고, 밥을 먹고, 차가운 짜이를 마시고, 향을 나눠 가졌다. 우연히 발견한 한옥집의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쉴 수 있게 되었는데, 탁자를 사이에 두고 왼쪽과 오른쪽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언제나처럼 내 투정 섞인 말들을 소윤이는 편안하게 받아줬다. 그렇게 누워서 천장을 보며 얘기하는 동안 그동안 우리가 정말 이렇게나 편한 사이가 되었구나 새삼 느껴졌다. 고마웠다. 나의 어리고 사려깊고 언제나 긍정적인 친구가. 소윤이는 터미널로 버스를 타러 가고, 나는 집에 들어왔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나와 그가게에서 사온 향을 켰다. 향은 바람의 방향을 지켜볼 수 있는 기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선물받은 장미꽃은 색이 예뻐서 버리지 못했던 맥주병에 물을 조금 넣고 꽂아뒀다. 좋은 기운과 좋은 날들이 쭉 이어졌음 좋겠다. 아, 지금까지 본 밀린 예능 중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제일 귀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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