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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식은 타코야끼에 생맥주
    모퉁이다방 2017. 5. 26. 00:04



       오늘 아침엔 혜진씨가 선물해준 에코백을 꺼냈다. 혜진씨는 이것저것 보내줬는데 무언가를 싸서 보냈던 실의 색깔이 고와 버리지 않고 같이 보관해두었다. 아침에 그 실로 에코백에 골드소울이라고 수를 놓았다. 부적같이. 친구가 오후에 연락이 왔다. 수업을 들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나중에 보자고 답했다. 우리는 7시 즈음 신촌에서 만나 묽디 묽은 거대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들고 들어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타인의 장점을 무척이나 잘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장점을 기어코 발견해 칭찬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밝고 깨끗한, 새 것처럼 보이는 강의실에서 황정은의 짧은 소설을 읽고, 각자의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1등으로 과제를 제출하고 발표할 것 같은 조폭 같은 얼룩 무늬 상의를 입은 수강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건너편의 가게에 가서 밖에서 한 잔, 가게 안에서 두 잔의 맥주를 각각 마시고 헤어진 참이다. 나는 버스를 탔고, 친구는 전철을 타고 택시를 탈 것이다. 오늘 맥주를 마시다 친구에게 해주려다 까먹은 말은 이것이었다. 장윤주가 인스타그램에 이번주에 올린 글.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원래 잘난 사람보다 성장하는 사람이 늘 주인공이다.​​​​" 친구는 내가 지난 주에 한 말, 이 수업을 듣게 되면 여행지에서 소설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말을 해줬다. 나는 내곁에 이런 친구들이 있는 게 고맙다. 알콜의 힘을 빌려 쓰-윽 꺼냈던 말을 의미를 부여해 싸-악 하고 되돌려주는 사람. 이번에는 즐겁게, 그리고 힘껏 노력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D-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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