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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모퉁이다방 2017. 4. 25. 23:10





       어제는 퇴근을 하고, 어느 동네에 있다는 카페에 가보았다. 길치답게 단번에 길을 찾지 못해 꽤 헤맸다. 초등학교 앞 골목길을 헤매기도 했다. 초등학교 앞에서는 부산에서 직접 공수한 오뎅을 파는 분식점도 있었다. 해가 많이 진 뒤였는데도, 빛이 남아 있었다. 그 빛이 참 고와서 사진을 찍었지만 찍히지 않았다. 지도에 나와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가게를 찾아 골목길들을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이게 몇 개월 뒤에도 이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헤맴을 즐겨야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초조할까. 좋아하는 감독은 이 기분좋은 낯선 헤맴으로 한 권의 책을 쓴 듯 하다. 그 책을 사놓았다. 한참을 헤매다 환한 빛을 내뿜는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는 무척 밝더라. 조명도 밝았고, 안에 있는 사람들도 밝았다. 나는 월요일 저녁에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이 내려준 새로운 맛의 커피를 마시고, 읽고 있던 책을 마치고 오려고 했는데, 그곳은 너무 밝았다. 바 자리에 앉았는데,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친절한 사장님과 익숙한 인사를 나눴고, 반가운 안부를 주고 받았고, 커피 맛에 대한 따스한 찬사를 주고 받았다. 그 안에서 나만 닫혀 있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미처하지 못한 첫 인사를 살갑게 나누고, 맛에 대한 근사한 칭찬을 건네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부담감을 가진 채 앉아 있었다. 결국 나왔다. 아무래도 나는 동네의 익숙한 자리가 있는 카페가 좋은 것 같다. 적당한 인사와 적당한 무관심. 그것이 나를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헤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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