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염소의 맛
    서재를쌓다 2017. 1. 15. 21:11




       예전부터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지난 늦여름 노홍철의 책방에 가서 뭔가를 구입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발견했다. 벽면에 전시되어 있던 책 딱 한 권이었는데, 계산을 하려고 할 때 노홍철이 이 책을 왜 사느냐고 물었다. 궁금했던 책이라고 말했고, 자기는 이 책을 다 읽고나니 '그래서 어쩌라구?'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읽고나면 어떤 느낌인지 꼭 알려달라고도 했다.


        책을 사고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읽었는데, 그때의 빛에 담긴 표지의 빛깔이 참 좋았다. 참 이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제목의 '염소'를 동물로 알았다. 수영장 그림이 있는데도 염소를 그 염소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쿠- 책을 다 읽고 나니 노홍철의 말이 이해가 됐다. 잔잔한 이야기에 미스테리한 결말이다. 여자아이가 물 속에서 한 말에 초점을 맞추면 그렇다.

       이 잔잔한 이야기는 이렇다. 척추옆굽음증이 있는 남자아이는 물리치료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한다. 매주 수요일 수영을 간다. 거기서 수영을 무척 잘하는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마음에 담게 된다. 억지로 시작했던 수영을 즐겁게 하게 되었고, 여자아이가 오는지 매주 살피게 되었다. 남자아이는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아이이고, 여자아이는 대범하고 활달한 아이이다. 남자아이는 자신과 다른 여자아이가 마음에 든 것 같다. 남자아이가 어느 날 말한다. "나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본 적이 한번도 없어." 여자아이가 어느 날 말한다. "너 다리는 잘하잖아." 그러면서 자유형 잘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남자아이는 잠영을 한 번도 쉬지않고 완주하게 되는 날을 꿈꾸게 되고, 이를 위해 깊게 잠수한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가 다가와 입모양 만으로 어떤 말을 건넨다. 남자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 그 질문은 "이런거 생각해 봤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 거." 이다. 물 위로 떠오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말이 궁금해 물어보고, 여자아이는 다음주 수요일에 알려준다고 하고 나타나질 않는다.

       그리고 몇 주 후, 남자아이는 아무도 없는 수요일의 수영장에서 한번도 쉬지않고 잠영 완주에 성공한다.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순간에 한번도 최선을 다해 본 적이 없는 남자아이가 물 위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참고 참으면서 처음으로 잠영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까 '여자아이의 대답'이 아니라, '남자아이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이 이야기는 결말이 결코 미스테리하지 않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