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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야 이동도서관
    서재를쌓다 2017. 1. 3. 00:11




       거기서 나는 위안을 찾았다. 손등으로 코를 훔치고 서가를 둘러보았다. 꽃에서 정성스레 추출한 향이 향수에 담겨 있듯이,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내 삶이 스며 있었다. 나를 바람맞힌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읽은 바버라 터크먼의 <희미한 거울>이 보였다. 여러 번 읽어 두툼해진 <안나 카레리나>도 있었다. 나는 <중력의 무지개>를 집어 들었다. 책을 펼치자 글이 57쪽까지만 있고 그 뒤로는 없었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었다. 내가 읽다 만 페이지에 아이스크림 막대가 꽂혀 있었다.

    - 오드리 니페네거 <심야 이동도서관> 中



       혼자 있을 때, 자다 읽어났는데 혼자이고, 어느새 해가 늬엿늬엿 지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혼자가 된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순간이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난 뒤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버지,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고 표를 겨우 구해 버스를 타고 가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 친구, 젊은 시절의 어머니, 그 시절의 나. 그럴 때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 본다. 그 사람이 되어 그 공간에 있어보고, 앞에 있는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 아주 쓸쓸해지는데, 이내 따뜻해지기도 한다. 모두가 때때로 아주 많이 고독하다는 생각에. 내가 고독한 사람을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심야 이동도서관>은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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